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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맥다방 점심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일이면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주일이면 교우들과 맥도널드 (맥다방)에서 점심을 먹는다. 맥다방에서 점심을 먹게 된 사연을 설명하자면 긴 이야기가 되는데,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다니는 공동체는 학교 성당을 빌려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식당이나 부엌이 없다. 일 년에 몇 차례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카페테리아 사용허가를 받아 캐터링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 한동안 구역 식구들이 커피와 다과를 준비해 와 미사 후 주자창 한쪽에서 나누다가 어느 날 맥다방으로 진출했다.   성당 근처 맥다방이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자 한 번 가보자 해서 간 것이다. 아늑한 공간에 앉아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시니어 커피까지 마시며 한참을 놀다 나왔다. 다음주가 되니 아줌마들이 오늘은 안 가느냐고 묻는다. 알고 보니 점심준비로부터 해방되는 맛을 본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앉는다. 우리도 남녀 두 개의 테이블에 따로 앉는다. 점심값도 각 테이블이 따로 계산한다.   남자들은 다섯 명이 돌아가며 사고, 여자들은 회비를 걷어 해결하는 모양이다. 짜장면 두 그릇 값이면 다섯 명이 세트 메뉴를 먹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다. 샌드위치+프렌치 프라이즈+맥너깃+음료 등이 나오는 세트 메뉴가 맥치킨은 5달러, 맥더블 햄버거는 6달러이며, 시니어 커피는 89센트다. 게다가 리필은 공짜다. 전화기에 맥도널드 앱을 깔면 포인트도 쌓이고 쿠폰도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주로 20% off 쿠폰을 쓴다.   맥도널드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르다. 본사가 운영하는 곳이 있고, 개인이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본사가 운영하는 곳이 저렴하다. 한 번은 다른 동네 맥다방에 가서 커피를 시키며 함께 간 친구가 커피에 넣어 마시게 더운물을 달라고 했더니 돈을 내라고 한다. 언젠가 커피빈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곳은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다. 우리가 가는 직영점에서는 없는 일이다.   심각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남자들 노는 모습은 비슷하다. 실없는 농담이 오가고, 영양가 없고 뜬금없는 소리도 많이 한다. 때론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해 주고, 힘든 일이 있으며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 주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야뇨증과 요실금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하는 것만 알아도 위로가 된다.   보통 여자들이 말이 많다 하지 않나.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들도 만만치 않다. 요즘은 아줌마들이 먼저 일어서며 “갑시다” 해야 헤어진다. 엊그제는 여자들이 일어서는 것을 “5분만 더” 하고 잡아두는 일도 있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은퇴를 하고 나면 세상이 좁아진다. 은퇴하고 1년 반이 지났다. 내 허접한 농담에도 웃어주고, 맥다방에서 밥을 사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이 아침에 맥다방 점심 맥다방 점심 동네 맥다방 시니어 커피

202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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